Opening Gallery

ROME LOVED BY GOETHE

괴테가 사랑한 로마

존 프렌치 슬론, ‘3번가와 6번가가 교차하는 지점’, 1928년, 캔버스에 유채, 76.2×101.9cm, 휘트니미술관, 미국

여행의 설렘은 현대인만의 것이 아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서른여덟이 되던 해에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로마에 발을 디뎠다. 그 당시 최고의 작가이자 바이마르 대공국의 재상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명성과 부유함을 누리고 있던 그에게 이탈리아 여행은 일생일대의 모험이었다. 괴테는 훗날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 여행을 통해 고전과 예술, 자연에 대한 자신의 갈증과 열망을 채울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후에도 늘 로마를 그리워하던 괴테는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에 그 마음을 토로했다. 특히 소설에 등장하는 시 ‘다만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에 괴테의 간절한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udio Script

가끔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나는 걸까요? 여행은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들여 가며 힘들게 먼 곳으로 떠나는 일입니다. 여행지에서 우리는 알지 못하는 거리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 이해할 수 없는 말들 사이를 방랑합니다. 그리고 그 낯선 곳에서 조금이라도 더 안락한 쉼터와 입에 맞는 음식을 찾으려 애씁니다. 그러니까 여행이란 돈과 시간, 에너지를 써 가면서 우리가 이미 가지고 있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찾아가는 과정인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익숙한 일상을 떠나 먼 곳으로 훌쩍 떠나고픈 충동에 가끔 휩싸이곤 합니다. 맑은 에메랄드 빛으로 빛나는 남국의 바다나 레몬빛 가로등이 하나 둘씩 켜지는 북구의 거리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겁던 마음은 한결 가벼워집니다. 여행길에서 우리는 일상이 주지 못하는 새로움과 감동, 그리고 완전히 달라진 나를 매일매일 만나게 됩니다. 그 기억은 여행을 마친 후에도 오래 남아서 고단한 하루하루를 버티는 힘이 되어 주곤 합니다. 

여행의 설렘은 현대인들만의 것은 아닙니다. 1786년,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어린 시절부터 꿈꾸던 로마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는 서른 여덟이었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비롯한 여러 소설과 시집을 발표한 최고의 작가였으며 바이마르 공국의 재상이기도 했습니다. 훗날 괴테는 이 2년간의 이탈리아 여행을 정리한 산문집 ‘이탈리아 기행’을 발표했습니다. 이 책에서 괴테는 작가이자 정치가로서 성공 궤도를 달리고 있던 자신이 왜 모든 것을 버리고 로마로 떠나야 했는지를 고백합니다. 그 2년간 괴테는 주로 고대 로마의 유적을 찾아서 밀라노부터 시칠리아까지 이탈리아 전역을 샅샅이 헤매고 다녔습니다. 르네상스가 잊혀진 고대의 문화를 되살려냈듯이, 이 여행을 통해 괴테는 고전과 예술, 자연에 대한 자신의 갈증과 열망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1787년에 완성된 ‘로마 근교에서의 괴테’는 바로 이 이탈리아 여행 중인 작가의 모습을 담은 초상입니다. 흰 망토에 챙 넓은 모자, 여행자라기보다 낭만주의 시인 같은 복장을 한 괴테가 고대 로마의 유적이 있는 평원을 배경으로 기대앉아 있습니다. 초상 속의 괴테는 나이보다 더 젊은, 영원한 청년과도 같은 모습입니다.

괴테는 이탈리아에서 돌아온 후에도 늘 로마를 그리워했습니다. 소설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를 통해 작가는 이탈리아에 대한 여전한 그리움을 토로합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시 ‘다만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에 슈베르트, 슈만, 차이콥스키 등 여러 작곡가들이 곡을 붙였습니다. 이 시에서 괴테는 ‘다만 그리움을 아는 이만이 내가 무엇을 그리워하는지, 모든 기쁨에서 떨어져 나와 먼 창공을 바라보는지 안다’라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괴테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이,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는 대상은 그가 영원히 동경했던 땅, 이탈리아의 구석구석을 헤매던 젊은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