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STYLE

FALL IN WINTER WITH JEJU

겨울 제주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

따뜻한 남쪽 섬 제주의 겨울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처럼 괜스레 더 신비하고, 낭만적이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한다는 한라산 설경부터 하얀 눈 속에서 붉게 빛나는 동백꽃, 겨울이라 더욱 특별한 스쿠버다이빙, 요즘 힙한 펍 크롤까지, 제주의 겨울을 온전히 누렸다.

한라산, 겨울 제주를 여행하는 이유

사방이 눈으로 뒤덮인 한라산의 풍경은 겨울 제주를 찾는 거의 모든 이유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절경 중의 절경으로 꼽힌다. 흔히 한라산을 오른다고 하면 정상의 백록담부터 떠올리고 지레 겁을 먹는데, 한라산은 제주도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넓어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설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 많다. 등산 코스로는 해발 1,600m 남벽 분기점을 최종 목적지로 하는 영실 탐방로와 성판악 탐방로 5.8km 지점에서 600m 거리에 있는 사라오름이 편도 2~3시간으로 코스가 짧고 경사도 비교적 완만해 오르기 쉽다. 영실 탐방로에서는 영주십경 중 하나로 기암괴석의 웅장한 기개가 인상적인 영실 기암, ‘돌들이 널린 벌판’이라는 뜻의 고산 초원 선작지왓 등 다채로운 풍경을 볼 수 있으며, 산정화구호가 형성된 사라오름은 빙판이 되어 반짝이는 호수와 나뭇가지에 핀 상고대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겨울왕국을 연상시킨다. 단, 쉬운 코스라도 한라산 자체가 난도가 높고 겨울에는 눈이 얼어 낙상 등의 위험이 있으므로 아이젠, 스패츠, 스틱 등 등산 장비는 필수로 갖춰야 한다. 또 현재 한라산 내 매점 운영이 전면 중단됐으니 물과 간식, 점심 도시락도 잊지 말고 준비한다. 산행과 함께 겨울 한라산에서 놓쳐서는 안 될 즐길 거리는 바로 눈썰매. 산꼭대기부터 해안 지역까지 이어지는 한라산의 경사면은 눈이 쌓이면 훌륭한 천연 눈썰매장이 된다. 썰매가 미끄러지는 곳이면 어디든 탈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1100도로에서 해발 고도가 가장 높은 지점인 1100고지 주변, 급경사가 거의 없고 평탄해 어린아이도 타기 좋은 어리목 일대, 제주과학고등학교를 비롯해 눈썰매 포인트가 곳곳에 있는 1117번 산록북로 등이 천연 눈썰매장으로 애용되는 곳들이다. 모든 것이 갖춰진 일반 눈썰매장과 달리 썰매도 직접 가져가야 하고 안전도 스스로 더 챙겨야 하는 등 신경 쓸 일이 많지만, 자연이 만들어준 썰매장은 아무리 오랜 시간을 타도 질리는 법이 없다. 한편, 한라산 설경과 더불어 몇 년 새 겨울 제주를 찾는 또 하나의 이유는 동백꽃이다. 11월에 개화해 이듬해 3월까지 피는 동백꽃은 이름에 겨울(冬)을 품은 것처럼 동물도 식물도 대부분이 숨죽이는 추운 겨울 홀로 피어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소복이 쌓인 하얀 눈 사이로 보이는 붉은 동백꽃은 유독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데, 이처럼 색이 화려한 까닭은 다른 계절과 달리 겨울에는 곤충이 없어 향 대신 색으로 동박새를 불러 꽃가루받이를 하기 위해서란다. 동양 최대의 동백 수목원인 카멜리아 힐은 80개국 500여 종, 6,000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특히 이곳에는 동백나무 중 흔치 않게 향기 나는 품종이 6가지나 있어 두 눈은 물론 코끝까지 덩달아 즐겁다. ‘오늘만은 느리게, 천천히’. 길모퉁이에 적힌 글귀에 코스를 따라 성급히 끝내려던 계획은 접어두고 흙길을 한발 한발, 동백꽃을 한 송이 한 송이 들여다본다. 추위를 달래려 들른 대온실 내 카페에서는 동백차도 맛볼 수 있다.

겨울이어서 더욱 특별한 제주 즐기기

비행기가 제주공항에 착륙한 순간, 한라산 윗세오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여행하는 내내 제주 바다는 잊을 만하면 나타나 마음을 어지럽혔다. 자꾸 눈앞에 어른거리는 바다에 뛰어들기 위해 아쿠아플라넷 제주로 향했다. 이름도 ‘제주의 바다’인 아쿠아플라넷 제주의 메인 수조는 가로 23m, 세로 8.5m, 수심 11m 단일 수조로는 세계 최대급이다. 제주 바닷속을 그대로 옮겨 재현한 이곳은 해양 생물의 생태를 위해 언제나 일정 온도를 유지해 계절에 상관없이 스쿠버다이빙을 체험할 수 있다. 일대일로 매칭된 전문 강사를 따라 찬찬히 수조 깊은 곳까지 내려가면, 나를 반기듯 웃고 있는 가오리와 알록달록 크고 작은 물고기떼가 유영하는 바다 풍경에 헉하고 놀랐던 산소통의 무게도 잊고 빠져든다. 수조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는 관람객의 시선에 마치 아쿠아리스트라도 된 듯 어깨가 으쓱하다. 사전 교육 포함 소요 시간은 1시간에서 1시간 30분, 그중 체험 시간은 15~20분으로 이야기만 들으면 물속에 그렇게 오래 머물 수 있을까 싶지만, 막상 들어가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지나 다시 물 위로 올라가는 것이 되레 아쉬울 정도다. 한 가지, 스쿠버다이빙 체험 당일에는 비행기 탑승이 불가하니 미리 일정을 세워 체험에 임하자. 여행은 언제나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 대로 아쉽다. 마지막 밤을 숙소에서만 보내기는 서운해 서귀포 펍 크롤(Pub Crawl)을 신청했다.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며 술을 마신다는 뜻의 펍 크롤은 하룻밤 동안 지역의 여러 펍과 바를 돌며 여행자와 지역민이 한데 어울리는 나이트라이프 프로그램이다. 하와이, 홍콩, 런던 등 세계 여러 도시에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으며, 서귀포 펍 크롤도 세계 최대의 여행 정보 플랫폼 ‘트립어드바이저’에서 제주 밤 문화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좋다. 만남은 매주 수요일 저녁 8시와 토요일 오후 5시, 서귀포 시내에서 시작한다. 꼭 챙길 준비물은 신분증. 펍당 머무는 시간은 20~30분으로 하룻밤 보통 4곳에서 많게는 6곳을 돈다. 10분 이내 거리의 펍과 펍 사이는 걸어서 이동하는데, 너무 짧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겨울밤 산책에 느긋한 기분이 된다. 수제 맥주로 시작해 칵테일, 위스키를 거쳐 막걸리까지 마시니, 처음의 쭈뼛거림은 사라지고 어느새 새로운 인연과 다음 여행을 기약한다. 겨울에도 역시 제주는 제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