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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차 한 잔

차를 겨울에만 즐기는 건 아니지만 날이 추워지니 따듯한 차가 생각나는 건 사실이다. 얼어붙은 몸을 녹여주고 마음에 안정도 주는 차 한 잔의 힘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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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티클럽에서는 차 한 잔을 주문하면 찻잔, 다관 등 다기 세트를 정갈하게 내어준다

날이 추워지고, 아침에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건 물 다음 차다. 틴케이스에 그동안 모아둔 차를 하나 꺼내 물을 끓이고 살짝 우려내 호호 불어 마시면 몸이 금세 따듯해진다. 얼어붙은 집 밖을 나서기 전 온전히 몸을 데우기에는 차만 한 것이 없다.


개성을 뽐내는 요즘 찻집

차는 찻잎의 발효 정도에 따라 녹차, 황차, 백차, 청차, 홍차, 흑차로 구분된다. 저마다 색과 향, 맛이 조금씩 달라 입맛에 맞는 차를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선뜻 접하지 못하던 낯선 차를 다루는 찻집이 최근 들어 많이 생겼다. 개성 강한 요즘 찻집은 차 본연의 맛에 더 가까이 다가가도록 돕는다.
서울숲의 푸르름을 마주할 수 있는 말차 전문점 ‘맛차차’는 곱게 간 말차를 중심으로 잎차, 맛차 등을 다루는데 시그니처는 바로 티 코스다. 잎차와 다식 세트, 디저트 등을 차례로 즐길 수 있다. ‘같이’, ‘마음으로부터’처럼 이름이 예쁜 차를 선보이는 ‘차분’은 블렌딩 차를 내세우는 만큼 나만의 커스텀 블렌딩 티를 만들 수 있는 곳이다. ‘더이랑 티 라운지’는 라운지라는 말이 제법 잘 어울린다. 꼭대기, 이른바 루프톱에 자리한 곳으로 ‘샴페인 백차’, ‘코티얼 레드’ 등 더이랑만의 블렌딩 차는 샴페인처럼 색도 맛도 다채롭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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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우리고, 기다리고, 마시는 정적인 행위에서 얻을 수 있는 위안 역시 차처럼 따뜻하다

차를 우리는 행위의 미학

이런 곳에 찻집이 있을까 싶은 골목에 ‘차차 티클럽’이 있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곳으로 낮은 천장 아래 드러난 서까래와 나무 기둥으로 둘러싸인 공간이 제법 아늑하다. 이곳은 ‘차차’라는 차 전문 브랜드의 오프라인 쇼룸 겸 체험 공간으로 다양한 차를 깊이 있게 소개한다. 백호은침, 금준미, 강전 등 낯선 이름이 즐비하지만 기본은 발효 정도에 따라 백차, 홍차, 흑차 등으로 분류된다. 이름이 어려워도 걱정할 필요 없다. 친절한 직원이 하나씩 설명을 해준다. 추운 겨울에 어울리는 차 몇 가지를 추천받았다.
차를 한 잔 주문했을 뿐인데 그릇 여러 개가 차려지니 당황스러울 따름이지만 차분하고 섬세한 시연이 이어진다. 가장 먼저 즐길 차는 백차 중 노백차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백차 중에서도 가장 오래 숙성한 차다. 설명에 따르면 백차가 3년 묵으면 약, 7년 묵으면 보배라는데 노백차는 15번의 겨울을 머금었다. 그만큼 색은 푸릇하기보다 따듯하고, 향과 맛도 농밀하다. 다음은 우롱차 계열 중 하나인 대홍포다. 도움을 준 차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과일, 꽃, 곡식 등 풍부한 향이 특징으로, 그래서 삭막한 겨울에 잘 어울린다고. 마지막은 발효가 가장 많이 된 흑차의 한 종류인 보이숙차 중에서도 경매. 경매는 산지의 이름이다. 차는 저마다 어울리는 온도가 있지만 경매는 팔팔 끓는 물에 우려 뜨겁게 마시면 좋다.
차차 티클럽에서는 입문자도 차를 우리는 그 행위가 주는 미학에 매료돼 평소에도 차를 더 가까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바싹 마른 찻잎을 깨우는 첫물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버리는데, 이를 윤차라고 한다. 찻잎을 부드럽게 해 앞으로 우려낼 차가 더 맛있고 풍성한 향을 내도록 하는 과정이다. 이때 첫물을 찻잔에 넣어 잔을 데우고, 향도 입히는 작업을 거친다. 비로소 두 번째 우린 차를 맛볼 수 있다. 손짓마다 저마다의 목적이 담겨 있으니 넋을 놓고 시연에 빠져든다. 차를 우리는 개완, 입이 닿는 찻잔 등은 이정은·박승일 작가의 백암요를 비롯해 손옥언·김국동·정요홍 작가들이 만든 작품이다. 차 도구를 보고, 직접 사용하고 싶어서 방문하는 이가 있을 정도로 다기에도 신경썼다. 차와 곁들이면 좋은 설기 카스텔라 같은 다식은 콩과 팥은 직접 삶고, 밤을 깎아 정성스럽게 만들어 부담스럽지 않은 편안한 맛이다. 사전 지식이 없어도 차를 우려 기다리고 마시는 과정이 주는 정적인 순간과 여기에서 파생하는 낯선 즐거움은 사람을 차분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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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종류의 차를 매달 정기 구독할 수 있는 보틀웍스

언택트 시대, 집에서 즐기는 차

흔한 카페도 마음 놓고 갈 수 없는 지금, 언택트 시대에 발맞춘 차 구독 서비스 덕분에 나만의 공간에서도 차를 즐길 수 있어 다행이다. 앞서 소개한 차차 티클럽은 본래 온라인에서 차를 판매하는 차차가 그 시작이다. ‘차차함’이라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차 3종류를 특별한 콘셉트로 묶어 소개한다. 가장 최근에 선보인 7번째 큐레이션 ‘잔향’은 이름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향이 좋은 대홍포, 육계, 수선을 모았다. 차마다 재배되는 지역, 맛, 간단한 설명과 향, 몇 도에 우리면 좋은지를 간결하고 세세하게 적은 팸플릿과 함께 배송된다.
‘보틀웍스’는 커피 대신 건강한 마실 거리를 제안한다. 인공 향과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차, 허브&과일차, 건조과일&스파이스 등을 다채롭게 갖춰서 매달 내 취향대로 키트를 구성하거나 랜덤으로 8종류의 차를 보내주는 서비스를 정기 구독할 수 있다. 호박과 현미, 루이보스 등으로 만든 펌킨 멜로우, 새콤한 히비스커스와 달콤한 베리 열매가 어우러진 베리베리 등 특색 있는 메뉴가 다양하다.
국내 대표 차 브랜드 오설록도 차 정기 구독 서비스 ‘다다일상’을 운영하고 있다. 다다일상은 차에 입문하는 사람을 위해 차뿐 아니라 다구와 소품 등을 함께 보내주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예를 들어 지난 12월 연말에는 알코올이나 과일 등을 차와 블렌딩해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레드파파야 블랙티, 루이보스 카라멜 베리티와 함께 차를 숙성할 수 있는 유리병, 반짝이는 앵두 전구를 구성했다. 믿고 마시는 차와 더불어 매달 어떤 컵이나 소품이 들어 있을지 기다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해외에서도 차 구독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왕실에도 납품되는 영국의 차 브랜드 포트넘앤메이슨의 티 포스트다. 매달 계절에 맞는 잎차 2종류를 받을 수 있다. 각각 10컵 이상 우려낼 수 있는 양이기에 다음 달을 기다리며 마시기에도 넉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