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n_썸네일-1 copy 2

행운을 빌어요, 지구촌 새해 풍경

가족이 함께 모여 새해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모습은 지구촌 어디나 비슷하지만 이를 기념하는 방식은 나라와 민족마다 결을 달리한다. 설렘과 기쁨이 공존하는 세계 각국의 새해맞이 풍경을 모았다.

Description

(좌)녹인 왁스를 찬물에 떨어뜨려 굳은 모양으로 새해 운세를 점치는 블라이기센은 독일의 대표 새해
풍습이다
(우)오로지 앞으로만 전진하는 돼지는 발전을 의미한다고 믿어 오스트리아에서는 귀여운 돼지 인형을 새해 선물로 주고받는다

Description

(상)녹인 왁스를 찬물에 떨어뜨려 굳은 모양으로 새해 운세를 점치는 블라이기센은 독일의 대표 새해
풍습이다
(하)오로지 앞으로만 전진하는 돼지는 발전을 의미한다고 믿어 오스트리아에서는 귀여운 돼지 인형을 새해 선물로 주고받는다

달라서 더 흥미로운 새해 풍습

덴마크 사람들은 살짝 금이 가거나 사용하지 않는 접시를 곧장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 그리고 새해를 여는 카운트다운이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 가족이나 친구, 이웃집 앞으로 달려가 접시를 깨뜨린다. 이때 최대한 접시가 산산조각이 나도록 세게 던지는 것이 미덕이다. 접시 깨지는 소리에 놀라 액운이 달아나고 대신 행운이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집 앞에 깨진 접시가 많을수록 행운은 배가되고, 덩달아 주변의 부러운 시선도 한 몸에 받게 된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새해 첫 번째 손님의 의미가 남다르다. 일명 ‘First Footing’이라는 전통으로, 1월 1일 자정을 지나 집 문턱을 넘는 첫 번째 사람을 의미한다. 정확한 기원은 불확실하지만 바이킹 침략 역사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측된다. 현관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머리카락이 어두운 색깔의 젊은 남자라면 행운이, 반대로 금발의 남자나 여성은 불운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방문자의 손에는 반드시 선물이 들려 있어야 하는데, 음식을 상징하는 빵이나 부를 상징하는 소금, 위스키가 대표적이다.
한 해 운세를 점치는 블라이기센(Bleigissen)은 대표적인 독일의 풍습이다. 본래는 작은 납, 철 조각을 숟가락 위에 놓고 촛불로 녹인 후 찬물 위에 떨어뜨려 굳은 모양으로 새해 운세를 점쳤지만 최근에는 환경문제로 왁스 소재로 대체됐다. 배 모양은 여행, 돼지는 풍요, 편자는 행운, 네잎클로버는 성공을 가리킨다. 완벽한 결과물이 아니기에 보는 사람에 따라 해석은 분분하지만 재미 삼아 즐기기 좋은 새해 풍습이다. 행운을 상징하는 선물을 주고받는 전통도 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돼지나 무당벌레, 편자가 행운을 상징한다. 뒷걸음치지 못하는 돼지는 오로지 앞으로만 걸을 수 있어 발전과 전진을 뜻한다. 새해 선물로 돼지 인형을 주고받거나 돼지고기 요리를 먹으며 한 해의 시작을 축하한다. 그리스에서는 풍요와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석류와 양파로 집 안을 장식한다. 부활의 의미를 담은 양파를 현관문 앞에 주렁주렁 매달아둠으로써 새해에 좋은 일이 다시 시작되기를 염원한다. 붉은색이 건강을 상징하는 터키에서는 새해 자정이 되면 석류를 현관문 앞에서 부순다. 최대한 잘게 쪼개 붉은 석류 알갱이가 멀리 흩뿌려질수록 성공적인 한 해를 기대할 수 있다.

Description

랑골리를 그리며 인도 여인들은 복을 기원한다

색을 통해 점치는 행운

중남미 국가에서는 속옷 색깔로 한 해 운을 점친다. 새해가 되면 멕시코 사람은 빨간 속옷을 꺼내 입는다. 붉은색이 사랑과 인정을 불러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볼리비아에서는 새해 선물로 속옷을 주고받는다. 파란색 속옷은 건강, 녹색은 행운, 분홍색은 연애, 빨간색은 열정, 흰색은 평화, 노란색은 부와 번영의 뜻을 담고 있어 새해 소망을 색깔 속옷으로 대신한다. 브라질 사람도 원하는 새해 소망에 맞춰 속옷 색깔을 신중하게 고른다. 하지만 불문율처럼 겉옷만은 흰색으로 통일한다. 강과 바다의 여신 ‘예만자’에게 새해 소망을 빌기 위해서다. 리우데자네이루는 새해 전야 파티로 유명한데, 특히 코파카바나 해변에서는 흰옷을 입은 수백만 명이 밤새 삼바에 맞춰 춤을 추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장미꽃을 파도에 흘려보내며 예만자에게 행복을 기원하고, 새해 자정이 되면 파도를 7번 뛰어넘으며 차례로 소원 7개를 빌기도 한다.
인도의 새해는 지역마다 날짜도, 풍습도 다채롭다. 예를 들어 인도 남부의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새해는 힌두 음력 달력으로 3월경이지만, 남동부의 타밀나두주는 4월 14일을 새해로 삼는다. 남인도 지역에서는 새해를 비롯해 결혼, 축제 같은 중요한 날에 집 마당이나 벽, 거실 바닥에 랑골리(Rangoli)를 그리는 풍습이 있다. 랑골리는 석회 가루와 색 모래, 안료, 꽃 등을 사용해 전통 문양을 바닥에 그림으로써 액운을 막고 좋은 기운을 불러들이는 인도 전통 미술 기법이다. 아무런 도구 없이 오로지 손의 감각에 의지해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문양을 그려낸다는 점은 놀랍도록 신기하다. 새해 전날 여인들은 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꽃이나 신성한 문양을 그리느라 분주하다. 덕분에 새해 아침이 밝아오면 집집마다 화려하게 수놓은 랑골리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Description

재스민 꽃목걸이에 물을 부어 성스러움을 더하는 촐츠남 축제 의식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물세례

새해 뉴스에 연례행사처럼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수영복만 걸친 사람들이 일제히 차가운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풍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종종 열리는 신년 행사로, 이벤트의 기원은 네덜란드에서 시작됐다. 이름하여 ‘북극곰 수영 축제’는 1960년대 헤이그의 한 해수욕장에서 열린 대회가 네덜란드 전역으로 퍼지며 이제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새해맞이 행사로 자리 잡았다. 작년의 나쁜 기억은 던져버리고 활기차고 건강한 새해를 염원하는 참가자들은 망설임 없이 얼음장 같은 북해에 몸을 던진다. 바다뿐 아니라 네덜란드 곳곳의 강에서도 신년 다이빙 행사가 개최된다.
겨울과 정반대의 계절에 물과 함께 새해를 맞는 국가도 있다. 자체 고유 달력인 ‘타이력’을 사용하는 태국은 1월 1일이 아닌 4월 13일부터 15일까지 새해맞이 축제인 ‘송끄란’을 연다. 불상을 물로 청소하는 것에서 유래한 송끄란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족, 이웃, 나아가 모르는 사람끼리도 서로 물을 뿌리며 축복을 기원하는 흥겨운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캄보디아 역시 1년 중 가장 무더운 4월 중순에 열리는 명절 ‘촐츠남’ 기간에 가족과 이웃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물을 뿌린다. 국왕부터 일반 시민까지 모두 함께 즐기는 대표적인 신년 풍습이다. 새해 저녁에는 재스민 꽃잎을 띄운 성스러운 물로 불상을 씻고, 불상을 씻은 물을 모아뒀다 가족과 이웃에 뿌리며 지난해의 나쁜 기운을 씻어내고 새로운 복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물을 뿌리는 사람도, 물벼락을 맞는 사람도 얼굴엔 미소가 걸려 있다. 지구 반대편에 자리한 푸에르토리코 사람은 신년이 되면 물을 사용해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하고 정원과 집 앞에 난 길가까지 깨끗이 쓸고 닦는다. 특히 지난해의 나쁜 운을 내쫓기 위해 양동이 가득 담은 물을 창밖으로 뿌리기도 한다.

Description

(좌)이스라엘 사람에게 꿀을 바른 사과는 중요한 새해 음식이다
(우)프랑스의 새해 음식, 갈레트 데 루아. 일명 ‘왕의 과자’라고도 한다

Description

(상)이스라엘 사람에게 꿀을 바른 사과는 중요한 새해 음식이다
(하)프랑스의 새해 음식, 갈레트 데 루아. 일명 ‘왕의 과자’라고도 한다

두 배의 기쁨을 안기는 새해 음식

우리 선조가 언제부터 설에 떡국을 먹었는지 정확한 기원은 찾을 수 없지만, 조선 시대 세시 풍속을 담은 <동국세시기>에 떡국에 관한 기록이 등장한다. ‘흰 가래떡을 넣고 끓인 탕’이라는 의미로 ‘백탕’ 또는 ‘병탕’으로 불렸으며,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떡’이라는 뜻의 ‘첨세병’이라고도 했다.떡국의 주재료인 가래떡은 정결한 흰색을 띠어 한 해를 밝게 보내자는 의미와 길게 늘어나는 성질처럼 수명을 연장하고 재산이 끊임없이 불어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또 엽전과 비슷한 둥근 모양은 1년 동안 재화가 풍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대변한다. 고려 시대 우리나라에 전해진 만두는 중국의 대표적인 새해 음식이다. 대추, 동전, 국수 등 다양한 속 재료를 넣어 자녀, 재물, 무병장수 등을 염원한다. 그중 배추와 두부는 빠지지 않는다. 평화와 안전을 상징하는 중국 속담 ‘일청이백(一淸二白)’에 따라 초록 배춧잎과 흰 줄기, 두부를 넣어 1년 내내 무탈하게 보내기를 바라서다. 일본은 행운을 상징하는 다시마, 지혜를 의미하는 연근 등 국물 없이 조린 여러 음식을 찬합에 담은 오세치 요리를 먹으며 새해를 보낸다.
프랑스 사람의 새해 아침은 숙취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 집 안에 해묵은 술이 남아 있으면 새해에 불운하다고 여겨서 온 가족이 모여 남은 술을 모두 마셔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새해에는 크레페를 먹으며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데, 크레페를 굽는 동안 한 손에 동전을 쥐고 있으면 금전운이 생긴다고 믿는다. 우리네 떡국처럼 프랑스 사람은 ‘갈레트 데 루아’를 먹으며 새해를 축하한다. 이때 갈레트 조각에서 작은 인형을 발견하면 1년 내내 행운이 깃들 징조로, 당사자는 그날 하루 종이 왕관을 쓰고 가족, 친구들로부터 왕 대접을 받는다. 독일 사람은 행운을 상징하는 돼지 모양의 아몬드 과자 ‘마지팬 피그’를 선물하고, 달콤한 잼을 넣은 도넛인 ‘베를리너’를 즐겨 먹는다. 이때 한 해의 운을 시험하는 의미로 도넛 안에 잼 대신 겨자를 채워 넣기도 한다.
행운을 염원하며 과일을 먹는 풍습도 있다. 이스라엘 사람의 새해는 유대인 달력으로 9월인 ‘로쉬 하샤나’를 가리키는데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가 꿀을 바른 사과다. 사과는 <성경>에서 선악과를 상징하는 과일로, 달콤한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뜻에서 꿀을 찍어 먹는다. 스페인과 멕시코 사람은 제야의 종소리에 맞춰 포도 12알을 먹으며 소원을 비는 풍습 ‘라스우바스’를 지켜오고 있다. 이 풍습은 과거 포도 대풍년이 든 스페인에서 넘쳐나는 포도를 해결하기 위해 국왕이 내린 명령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종소리 12번에 맞춰 각각 한 달을 상징하는 포도를 먹는데, 종이 다 치기 전에 삼켜야 행운이 가득하다고 여긴다. 필리핀에서는 새해 전날부터 둥근 모양의 과일 12개를 장식장에 올려둔다. 과일의 둥근 모양이 ‘돈’을 연상시켜 1년 열두 달 동안 재물운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뜻에서다. 베트남에서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둥근 수박을 먹으며 복을 빈다. 특히 수박 속이 빨갛게 잘 익을수록 큰 복이 들어온다고 믿는다.
나라마다 건강과 행운을 기원하는 풍습은 달라도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은 본래 하나인 듯 닮았다. 행운을 바라되 요행에 기대지 않고, 자신을 사랑하되 편협한 이기심에 사로잡히지 않는 한 해가 되기를 조심스레 다짐해본다.

* 이은혜는 <GOLD&WISE>, 등 에디터를 거쳐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칼럼니스트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여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을 두루 탐사해 다양한 매체에 여행 관련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