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ART

현실과 이상 사이

Philipp Weber, ‘New Birth 3’, 2015, Oil on Canvas, 140x190cm

우리가 여행을 동경하는 이유는 어쩌면 현실을 떠나 마음에 품고 있던 이상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늘 여행지에서는 새로운 장소를 찾고 낯선 사람과의 조우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하지만 막상 떠난 여행은 그것 역시 현실이 된다. 미술 세계에서는 마치 사진과 같은 철저한 사실 묘사를 바탕으로 작가의 감성을 더해 그린 작품을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 극사실주의)이라고 한다. 미국 팝아트(Pop Art)의 영향으로 등장한 하이퍼리얼리즘은 때로는 사진보다 더 진짜 같은 그림으로 보는 이를 헷갈리게 하는 놀라운 경험을 선사한다. 현실을 복제한 듯 탁월한 스킬로 완성한 작품에는 제2, 제3의 흥미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하이퍼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아티스트 필립 위버(Philipp Weber)의 그림을 처음 접했을 때도 놀라움의 감탄이 먼저 나왔다. 국내 한 자동차 회사와 광고 작업을 한 이력으로 국내에도 제법 인지도가 있는 그의 캔버스에서는 이내 뛰쳐나올 것 같은 여인들의 모습이 리얼하다. 생생한 눈빛과 모공까지 보이는 피부와 솜털, 촉촉하게 피부를 적신 물과 땀방울까지, 눈 앞에 서 있는 실제 여인의 모습보다 더 세밀하다. 현재 그는 아이벡스 컬렉션(IBEX Collection)의 후원을 받아 아이슬란드 프로젝트 ‘더 퀸(The Queen)’ 시리즈를 작업 중이다. 벌써 1년 넘게 작업했지만 앞으로도 6개월은 더 걸려야 그의 새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필립 위버는 보통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전개에 따라 시리즈물 3~5점을 완성한다. 그의 시그너처 작품으로 손꼽히는 ‘블레스(Bless)’는 물을 주제로 정화와 치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고, 내면의 갈망을 담은 ‘새로운 탄생(New Birth)’, 선과 악의 공존을 붉은 옷과 하얀 옷을 입은 여인으로 그려낸 ‘화이트 하트(White Heart)’ 등 대표 작품이 여럿이다. 그의 하이퍼리얼리즘적 작품은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필립 위버가 소속된 아이벡스 컬렉션은 독일에 아트 연구소와 사무실을 두고 있는 아트 컬렉션으로 지난 2014년부터 ‘마스터피스(Masterpiece)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흥미롭다. ‘예술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마스터피스 프로젝트를 위해 아이벡스 컬렉션은 전 세계 하이퍼리얼리즘 아티스트 400여 명을 만나 탐색하고, 그중 24명을 발탁해 최고의 작품을 그려줄 것을 청탁했다. 예술과 예술가 후원에 열정을 지닌 컬렉터 3명이 공동 소유한 아이벡스 컬렉션은 최고의 작품을 위해 아티스트에게 창작과 시간의 자유, 재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하이퍼리얼리즘 아티스트의 꿈을 후원하고 있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미국, 한국 등 현재 전 세계에서 촉망받는 아티스트 20명(도중 4명 하차)이 ‘마스터피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필립 위버 외에 러시아의 알렉산더 티모피브(Alexander Timofeev), 이탈리아의 임마누엘 다스카니오(Emanuele Dascanio)와 마르코 그라시(Marco Grassi) 등이, 우리나라에서는 정해광, 박형진 작가가 함께하고 있다. 아이벡스 컬렉션의 ‘마스터피스 프로젝트’는 지난해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맛보기 전시를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고, 올해에는 뉴욕과 상하이 등지에서 아티스트 20명이 완성한 진짜 마스터피스를 세상에 내놓을 예정이다.